칼럼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3

김승용 대표기자
2026.03.18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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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 없는 엘리트는 없다, 한국 스포츠의 다음 선택

2019년, 한국 스포츠계는 드물게 진지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체육계 성폭력 폭로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1년간 운동했다. 7차례의 권고안, 52개 세부과제. 학생선수의 수업 참여 보장, 주중 대회 금지, 스포츠클럽 활성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방향은 분명했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권고안들은 어디에 있을까.

개혁은 왜 멈추는가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년 실제로 문을 열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핵심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는 후퇴했다. 학생선수의 출석 인정 일수, 즉 수업을 빠지고 대회·훈련에 나갈 수 있는 날수가 이후 정권에서 초등학교 5일에서 20일, 중학교 12일에서 35일, 고등학교 25일에서 50일로 대폭 늘었다. 학습권 보장을 위해 줄였던 것을 다시 되돌린 것이다. 저항은 어디서 왔는가. 학교 지도자와 체육 단체는 "전문체육 죽이기"라며 반발했다. 체육특기자 제도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경로 위축을 우려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성적으로 평가받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시스템의 해체를 반겼을 리 없다. 반세기 동안 작동해온 구조는 그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만들어냈고, 그들이 구조를 지켜냈다. 예산도 구조를 말해준다. 한국의 전문체육 지원 예산은 연간 약 4,019억 원으로, 일본 스포츠청 엘리트 스포츠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은 엘리트 40%, 생활체육 60%의 비율로 예산을 배분한다. 한국은 그 반대에 가깝다.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 곧 시스템이 바라보는 방향이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방향은 사실 이미 알려져 있다. 논쟁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첫째, 학교 운동부의 단계적 클럽화다. 학교에 소속된 운동부를 지역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해 학생이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참여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일본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부활동 지역전개'와 같은 방향이다. 모든 학교 운동부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지만, 신설은 클럽형으로만 허용하고 기존 운동부는 전환을 유도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둘째, 성과 지표의 전환이다. 지금 한국 스포츠 정책의 성과는 올림픽 메달 수, 전국체전 순위, 세계선수권 입상 수로 측정된다. 이 지표가 살아있는 한 지자체와 학교는 소수 엘리트에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스포츠 참여율, 학생선수 학업 이수율, 은퇴선수 취업률을 정책 성과의 핵심 지표로 올려놓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셋째, 은퇴선수 지원 체계의 실질화다. 예산의 0.1%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현역 시절부터 자격증 취득과 진로 탐색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23세에 사회로 나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경로다.

숫자가 바뀌어야 한다

저출산 시대의 한국 스포츠는 더 이상 소수에게 올인하는 전략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학생선수 풀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 줄어든 분모에서 더 많은 메달을 쥐어짜려는 시도는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일본의 교훈은 단순하다. 3,700개 학교의 아이들이 방과후 야구를 즐겼고, 그 가운데서 오타니 쇼헤이가 나왔다. 국가가 오타니를 만든 것이 아니라, 야구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가 오타니를 발견한 것이다. 한국도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다. 조건은 하나다. 메달을 먼저 세지 말고,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의 수를 먼저 세는 것. 그 숫자가 늘어날 때, 나머지는 따라온다.

마치며 : 어떤 스포츠 강국을 원하는가

3회에 걸쳐 살펴본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우리는 어떤 스포츠 강국을 원하는가.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환호하는 나라인가, 아니면 다수가 즐기는 과정에서 소수의 탁월함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나라인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답을 제도 안에 새겨 넣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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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용 대표기자

스타트업 에듀 타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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